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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그을린 땅

지난 몇 개월 동안 내게 참 많은 기적들이 일어났다.
나서 자란 정든 고향을 버렸고 저승사자의 바로 코앞을 지나 지옥을 통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천국의 문으로 들어선다.
대한민국 여기는 천국이다 동화세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천국 이제 천국의 문을 ! . ,
활짝 열어젖히면 그리도 맘속으로 염원하던 아름다운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진다.
폐쇄된 공간에 홀로 갇힌 듯 압박감에 몸부림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더 이상 청바 .
지 입은 때문에 보안원에게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되고 불만을 참느라 혀를 깨물지 ,
않아도 되고 감시 때문에 떨지 않아도 된다 , .
암담한 미래에 대한 공허감도 사라졌다.
자유 오직 자유다 ! .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고 자유를 위해서라 ,
면 그토록 귀중한 사랑도 버릴 수 있다고 노래 할 만큼 인간에게 자유는 생명이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 통치자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권리인 자유를 모두 말살
해 버렸다 북한국민은 사람이기 전에 김정은 부자를 위해 찢어지고 부셔져야만 .
하는 노예이고 기계다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폭군 .
중의 폭군인 김정일의 세상.
이것이 내가 고향을 버린 이유 중의 이유이다.
 28 지금으로부터 년 전 하얀 목화 솜 같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려 온 동리를
수북이 덮었던 년 의 설날 북한의 최북단 도시의 초라한 단칸방에서 살 갓이 1984 ,
까맣고 조글조글한 볼품없는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 엄마가 손수 만든 흰 포단에 .
누워서 앙상한 손과 발을 제멋대로 허우적대며 울어대던 그날의 못생긴 아이가 바
로 나다 안 . 데르센의 세계 명작동화 “ ” 못생긴 새끼오리 에서처럼 엄마를 닮지 않
은 못생긴 계집애라 해서 태어나자부터 나의 별칭은 “ ” 못생긴 새끼 오리 였다.
나의 아빠는 북한에서 손꼽히는 전자공학연구사였지만 언젠가부터 강직되어 청진철
도공장의 사무원이 고작이었고 엄마는 그 보잘 것 없는 사무원의 부양을 받으며 사
는 북한의 평범한 아줌마였다.
어린 날의 나의 추억은 늘 불안과 공포에 떨던 기억뿐이다.
가끔 애써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한다면 고향집 뒷산에 화사하게 피는 진달래를 한
아름 꺾어서 구멍 난 양동에 꽂아 놓고 엄청나게 많은 물을 퍼붓던 기억 유치원 .
다녀온 나에게 예쁘게 만든 인형을 주시며 밝게 웃으시던 엄마의 따뜻한 미소가 전
부다.
나는 늘 공포의 대상이었던 아빠를 비실비실 피해 다녔고 아빠 또한 술 드신 날이
면 화풀이 상대가 되어 줄 나만을 찾고 계셨다 어렸을 적에 그렇게 원망했던 나의 아빠! . 그는 사실 대단한 분이셨다
그는 친구들로부터 “ ”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 ” 프로의 뺨을 치는 아마추어 미술가
라는 닉네임으로 불리 울 만큼 총명하고 지성이 높은 분이셨다.
그러던 아빠가 이해할 수 없는 괴한으로 변하여 온 집안에 공포의 대상으로 되었던
이유는 김정일의 신임을 받던 부부 시나리오 하이라이트 작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추방으로부터 비롯된 타락 때문이었다.
김정일의 이상한 변덕으로 인해 어느 날 탄광으로 혁명화를 가야했던 노부부
그들의 장남이었던 나의 아빠는 한, 창 다니던 대학에서 출학 당했으며 공부를 열심
히 해서 조선의 전자학계를 뒤 흔들어 놓겠다던 아빠의 푸른 꿈은 타이어가 터져버
린 승용차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아빠에게 남은 삶은 더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삶, . 그 자체가 치욕의 굴레였고 지옥이었다
나는 점차 성장해 가면서 단순히 알 콜 때문이라고 단정해 버렸던 광기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 했고 아빠의 맘속 고통을 새벽 안개 속에 드러나는 산의 윤곽처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내안의 여자를 알지 못하던 어린 날에 벌써 영원히 홀로 살 것이라고 맘 다지고 된
것도 결혼하면 아빠 같은 무서운 남자랑 살게 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
다.
남자라고 하면 무조건 무서워하던 내게도 어느덧 봄은 찾아와 환상의 사춘기를 맞
이했다.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 . 성에 대한 알지 못할 야릇함으로 가슴 설레는 시절
이다 나는 세에 . 18 못생긴 새끼 오리의 탈을 벗고 어여쁜 백조로 아름다운 여성
으로 자랐다 하지만 나는 . . 결혼을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잔
인한 세상은 나에게 남자를 알게 했고 결혼이라는 시한탄을 선물하고 말았다.
결혼! .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단어를 나는 왜 시한탄이라고 표현할까
온갖 사회악이 판을 치는 북한에서의 결혼은 언제 터져서 서로가 어떻게 다칠지 모
르는 것이 꼭 시한탄을 닮은 것 같아서다.
고등학교 선배였던 나의 남편 학교 , 운동선수인 그는 남녀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
었다. 희고 투명한 피부의 얼굴은 깎아놓은 조각 같았고 부드러운 쌍까풀 속에 반
짝이는 북한청년의 까만 눈, 반듯한 코와 도톰한 장밋빛의 귀여운 입술까지 그는
여학생들이 굴욕감을 느낄 만큼 어여쁜 얼굴을 가졌다 그가 . 스쳐가는 자리마다
에 여학생들이 넋을 잃었는데 나 역시 그 여학생들 중 한사람이었다.
 . 운명의 프러포즈를 받던 날을 잊을 수 없다
 . 아름다운 판타지에 빠진 나는 온밤을 잠들 수 없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 하던 날 먼저 4.15체육단 육상선수로 활약하던 그가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없이 손짓했다 나는 자 . 석에 라도 끌 린 것 처럼
이유 한마디 묻지 못하고 그를 따라 나섰다.
우리는 말없이 쇠 녹이 쓸어 붉은 밤색을 띄는 낡은 그네에 올라앉았다.
.....
근육이 탄탄한 긴 다리로 흔드는 그네의 삐걱 소리만 밤의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세상에 오직 우리 둘만의 고요한 공간속에서 규칙으로 울리는 그네소리를 들으며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한 첫 사랑의 짜릿함에 몸을 떨었다.
나를 불러낸 것이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라면 나는 금방 죽어 버릴 것 같았다.
 , .... 아 도저히 이 납덩이같은 침묵을 견딜 수가 없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이든지 빨리 하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 마침내 삐걱 소리가 멎었고 그는 사랑을 고백했다 뜻밖에 맑고 낭랑한 목소리
는 처음 들어 보는 목소리 같이 귀에 설었다.
“오래전부터 너를 지켜보았어 너 정말 . ... 곱다 내 여자가 되어 주지 않을래? ”
 . 참 힘든 말을 한 것 같았다 그는 심하게 떨며 긴 한숨을 “후 하고 내 - ” 쉬었
다 그리고는 다시 무 . . 슨 말인가를 한 것 같은데 더는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 오랜 침묵 속에 오직 내 심장의 쿵 쾅 소리만이 들려왔다 마치 거대한 프레스
공장에 들어 선 것처럼 가슴이 벅차고 너무 춥다 두 다리가 가늘게 떨렸다 . .
그와 함께 라면 그만 같이 있어 준다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름다울 것 같았다.
그러나 꿈 만 같은 밀월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의 비극적 로맨스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그토록 황홀하고 예쁜 꿈을 무참히 밟은 것은 혹독한 현실이었다
결혼 후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 알록달록 깨가 쏟아진다는 허니문 기간에 내가 만
난 남편은 다른 사람 같았다.
연애시절에 숨겨가면서 몰래 조금씩 하던 마약복용사실을 나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그는 노골적으로 흡연을 시작했다.
처음, . 그러는 남편을 보았을 때 충격이 컸다 아빠를 잃은 그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았다 한 . 창 나이에 나래 꺾인 새의 슬픔이 얼마나 괴로울까 동정도 해
보았다 나는 그에게 사정도 하고 . . 애원도 해보았으며 때로는 울며불며 난리를
치기도 했다.
설탕처럼 하얀 투명의 결정체인 이 마약은 꼭 얼음 덩어리를 닮아서 아이스라고
부른다 담 . 배곽 속포장지로 쓰이는 반짝이는 은지에 싸서 라이터를 켜 열을 주면
피리소리에 춤추며 일어나는 코브라처럼 푸르스름한 재 빛 연기가 구불구불 위로
올라간다.
이 무서운 연기를 코로 들이켜 입으로 내 뿜으면 그 순간부터 인간은 야수로 변한다 인간의 인 . ... 성을 말살시키고
동물 세계로 돌아가게 하는 북한의 흡연 그것이 바로 . ! . 신종 마약 쿠기 물뽕 얼음
으로 불리며 사람을 과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의 사랑도 그로해서 참혹하게 무너졌다.
몸 안에 약기운이 퍼지면 그리도 인정 깊던 남편의 눈빛이 굶주린 하이에나의 눈으
로 변했고 아름답던 홍안의 피부엔 차츰 칠순을 넘긴 노인처럼 주글주글하고 겸은
반점이 무수히 돋아나군 했다.
며칠씩 각질이 벗겨져 피부병을 앓은 환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 햇빛에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이 하도 부드러워 나도 모르게 쓰다듬고 만져보군
했었다 하지만 어느 . 덧 강냉이수염 같이 잡아당기면 금방 끊겨 나가고 가늘고 푸
시시한 머리카락이 볼품없이 엉켜 붙었다.
끝없이 파괴되어 가는 그의 인격!
거기까지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때도 시도 없이 발작하는 그의 . 광기만은 정말
견딜 수 없었다 이미 마 . 약의 지배를 받는 그에게 나란 존재는 혼미한 영혼 속
흐릿하게 잠간씩 보일 뿐 금방 실증 나는 인형같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이러는 그를 보면서 나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그는 과연 언제부터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고 ? 등학교 최우수 학생이었던 그는 졸
업할 당시 북한고위 장성이었던 그의 할아버지가 김일성의 피 묻은 숙청으로 정치
범 수용소에서 사망되었다는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남달리 학업성적이 뛰어나고 자긍심이 높았던 그였지만 그날 그는 마실 줄 모르는
술을 기껏 마시고 친구들에게 업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그의 인성은 졸지에 궤도에서 탈선해 버렸고 삶의 쾌락을 마약이나 도박
에서 찾는 불량배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잘못된 선택으로 이미 삐뚤어진 내 인생을 한탄하며 울고 살았다.
북한에 이런 고통을 당하는 여자가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어쩌면 다행한 일
처럼 나를 위안했다 나 . 처럼 몸부림치며 울고 있는 여자들 속에는 당일군의 아내
도 있었고 군관 보위원의 아내도 있었다.
북한은 백도라지 농장 설립을 시작으로 외화를 벌어 들여 나라의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마약생산을 시작한 이후 이를 외국에 팔아넘기려다가 전국이 마약사범이
되어 버렸다.
당일꾼들과 그 부녀자들 속에도 마약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간부들과 사무원들 .
은 마약을 흡연해야 업무를 볼 수 있고 보위원들도 마약을 흡연해야 잃어버린 정
신을 다시 찾고 범죄자들을 단속 통제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북한은 마약의 나라
로 되었다.도대체 누가 이런 악착한 물건을 생각해 냈을까?
나는 어느 날 한 보위원에게서 북한의 수장들과 중앙당간부들의 고위급 비밀파티에
도 이 마약이 사용된다는 얘기를 듣고 치를 떨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을 타락하게 만들고 북한의 모든 부모들과 아내들과 어
머니들의 가슴을 찢어발기는 원한의 마약을 맨 날 맨 날 인민을 위해서 전선 길을
가고 갔다는 김정일과 그 부자가 만들었다.
 . 그는 위대한 영도자의 탈을 쓴 악마였다 언젠가 함경남도 회령시의 김정숙 생가
에서 발견된 투서에는 김 부자의 대 세 3 습을 곰 세 마리에 비유하여 풍자 조롱한
통쾌한 노래가 적혀 있었다.
곰! 동화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곰은 미련한 구석은 있지만 언제나 후더운 정으로
동물들의 존경을 받는 동물이다.
김 부자 네를 곰이라고 표현한 것은 너무나 점잖은 묘사이다.
내가 만약 필자였다면 독거미에 대한 노래를 썼을 것 같다.
나는 그네들을 항상 검은 연기를 내 뿜어 대는 독거미라고 부ㅡ른다
문득 어렸을 때 보았던 북한의 애니메이션이 생각난다.
개미들은 힘을 합쳐 저들을 통제하던 독거미를 쳐부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수많은 개미들을 거미줄에 묶어 놓고 독 연기를 내 뿜어 질식시키고 하나하나 잡아
먹는 독거미 국민을 ! 파리 목숨처럼 여기고 만이 300 굶어 죽어도 핵을 시험하고
미사일을 쏴 올리는 북한은 삼대세습, , 폐쇄정치 폭정이라는 검은 연기에 그을린 땅
이다 땅도 . . 검고 하늘도 검고 사람들의 마음속도 검다
그 연기 자욱한 땅에서 지금 이시각도 사람들은 숨 막히는 기침을 쿨럭 거리며 서
서히 죽어 가고 있다.
이 들을 구원할 이는 누구인가?
우리다.
바로 그곳을 기적적으로 탈출한 우리 탈북민들이다.
자유롭고 정예로운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 우리가 이 땅의 신선한 향기를 마시고 힘
을 모아 우리부모 우리 , , . 형제 우리 자식들을 구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은 알아야 한다.
국민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
2013年 2 ... 月 김 연 슬